본문 바로가기

나의 노래

예술 농활을 계획하며..


이번 8월 셋째 주에 영덕 병곡초에서 있을 예술농활을 위해 이시간까지 잠을 뒤척이며 미술교육시간을 기획중이다.
예술로서의 전인적 교육을 꿈꾸고 있기에 이 작은 실험조차도 나를 떨리게 만든다.

어제는 날도 덥고 해서,
세진언니와 동네 까페 <커피공감>에 가서 책을 살짝 읽었다.
미술교육 계획서 작성을 앞두고,
올바른 가치관으로 실행될 수 있는 예술교육이 내 머리속에서 나올 수 있을지 또 그것이 어떤 형태인지
걱정이 되고 머리가 아파 집어들고 온 책이다.


 


교사, 대안의 길을 묻다
저자 : 고병헌 외
출판사 : 이매진



이 책의 예술교육 파트에서 말하는 예술교육에 대한 견해는 이것이었다.
"예술 과잉 속에서 결핍이 있다"

단지 20페이지 정도밖에 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예술교육의 한계와 새로운 시도의 필요성들은 나의 꽉막혀 회전하지 못하는 두뇌를 움직이게 해준다.

어린시절부터 그림을 그려온 나의 감성을 딱딱하게 그리고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어 놓은 시기는 언제인가.
그리고 나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인가.
나를 비롯한 수많은 미대생들을 이 사회의 예술가로 살아가지 못하게 하는 '천박한' 미술교육은 정말 무엇이 문제인 것일까.
그렇다면 나는 예술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전해가야 하는 것일까.
매일같이 비판만 하는 나는 정작 대안을 생각하고 있는가?

"먼저 확인해야 할 점은 우리 사회에서 예술교육이 결코 부족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매우 엄청난 규모로 이루어지고 있다.
 전국 어느 도시에 가든 동네마다 피아노 학원과 미술학원이 즐비하다.
 ... (중략)
 그런데 이렇듯 순수 예술과 문화 산업 쪽의 교육이 활발히 이뤄지는데 비해 정작 문화 그 자체의 모습은 어떤가.
 ... (중략)
 결국 뜨겁게 달아오르는 예술교육과 그것과 밀접하게 맞물린 예술활동은
 공연장이나 화랑이라는 한정된 영역에서 자체 충족적인 행위로 머물고 있는 셈이다.
 한마디로, 예술 영역에서 형성되는 정서적인 자양분이 삶과 사회 일반으로 확산되어 문화를 풍요롭게 가꾸지 못하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지금 우리의 정부의 모습이 떠오른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디자인 서울'을 목표로 서울 시내 곳곳을 어떤 맥락과도 상관없이 뜯어고치고 있다.
'문화의 도시'를 귀에 못이 박힐정도로 말하고 다니면서
정작 공교육에서는 예체능 과목이 한학기 과정으로 축소되고, 심지어 음미체 중 하나만 선택하게 한다.
한학기만 음악을 하다보니 다음학기에는 음악선생님이 미술을 가르치고 있다.
점점 아이들의 감성을 깨울 수 있는 시간은 코너에 몰리게 되고, 아이들의 인격 또한 코너로 몰린다.
서울시에서 지원받고 있는 청년창업프로젝트도 마찬가지다.
디자인 서울이라면 예술인들을 위한 소프트웨어부터 구축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맞건만
우리가 디자인 회사이건 아니건 우리가 필요로 하는 조건을 조성해주기는 커녕
1000개 회사에 대한 일괄 적용으로 그 기준을 맞추느라 창업을 진행해가는데 어려움이 있을 정도다.
이것은 예술을 하나의 '영역' 혹은 '과목'으로만 보는 닫혀있는 시각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예술이 인간의 삶과 문화 전반에 자리하고 있다는 통합적인 생각은 이 사회에 요구하기 힘든 내용이다.
언제나 '세계 일류'만을 목표로 하는 우리에게는 예술 또한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한 좋은 전략적 수단일 뿐이다.

"학원은 감성의 배양은 뒷전으로 하고 기능적인 재주만 키우는데 매달리게 된다.
....
우리에게 예술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예술가가 되는 것의 보람은 무엇일까?
....
자기를 정당하고 아름답게 표현하고 타자를 온전하게 용납하는 교류가 예술교육을 통해 체험되어야 한다.
이는 궁극적으로는 공적인 존재로서의 자아를 각성하는 과정과 맞물린다.
그리고 그러한 마음과 정신으로 타자와 만나 삶의 기쁨을 만들어내는 공적 행보감의 원천이다.
오늘날 문화는 그러한 보람을 북돋는 동력으로 되살아나야 하며, 예술교육은 그 한가운데서 맞물려야 한다."



나의 이야기부터 그리고 나를 둘러싼 이야기들을 관찰하고 표현해 내는 것,
그리고 그 감성들로 서로 소통하는 것.
그런 예술을 통한 성숙이 지금의 공교육과 사교육에서는 부재해 있는 것이다.

나또한,
이번 예술농활에서 
뭔가 '재미'있고, '획기' 적인,
어떤 참신한, 그것만을 시도해보려고 했었던  나의 교만과 어리석음을 본다.
그 아이들이 살아오고 있는 곳이 어디인지
함께 할 아이들이 어떤 존재들인지를
먼저 듣고 나누고 관찰해서
그들의 일상을 멋진 이야기로 담아내는 것.
그것이 내가 3박 4일간 하고 돌아와야 하는 일임을 문득 깨닫는다.

다시,
계획서로 마우스를 가져간다.

점점 작아져만 가는 한 초등학교 아이들이
자신이 속한 땅과 하늘을 사랑하고 존재의 가치를 느끼며 야망이 아닌 꿈을 꿀 수 있도록
씨 한톨이라도 심고 가는 나그네가 되기를 바라며...





"예술은 사람들이 진실을 깨닫게 만드는 거짓말이다."
                                                      - 피카소 -

'나의 노래'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1 겨울, 태백, 예수원  (2) 2012.01.22
시심 10월호 일러작업  (0) 2011.08.26
노무현에게서 보았던 예수의 모습  (0) 2011.07.27
IVP 책 <U2 BONO STORY> 보노아저씨  (0) 2011.07.27
영화보면서 그림그리기  (0) 2011.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