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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삶

북한산 칼바위의 가을 (2010. 10. 9)


인수동으로 이사오고 나서 가장 좋았던 점은 집 뒤에 산이,
그것도 국립공원인 북한산이 있다는 것이었다.
아침에 마당바위 한번 오르고 나서 좋다고 난리쳤던 나.
하지만 그런 나를 귀엽게 보며 공동체의 언니오빠들은 등산화와 모자, 가방 등을 능숙하게 챙겼다.
굳이........... 등산화가 필요할까? 말은 못하고 생각만 하다가
명진언니가 따땃하게 대접해준 점심을 먹고 여유롭게 출발.
사실 난 츄리닝에 운동화만 신은 겁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은주언니의 등산화를 빌렸고, 명진언니한테서 양말, 가방, 모자 등등을 빌려야 했다.
하여 우리는, 언니 오빠의 집을 '틔움 산장'이라 명했다. ㅋㅋ


우리의 목적지는 칼바위였다.
골룸처럼 네발로 걷게 될 것이라는 말만 들은 우리는 힘차게 걷기 시작했다.
영락기도원과 가르멜 수녀원의 조용한 풀밭길로 북한 산은 시작된다.


 


조금 오르니 전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체력이 워낙 저질인 나는 그것도 높다며 헉헉거렸다.
아파트로 가득차 있는 서울에도, 북한산은 '국립공원'으로서 어엿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저 초원처럼 푸르게 푸르게 펼쳐진 산의 모습, 그나마 가슴이 탁 트이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자, 잠시 쉬는시간-
명진언니와 준표오빠 부부는 내 속도에 맞춰주느라 그랬다지만
나경언니와 효숙언니는 정말 머신 같았다. 출발만 하면 사라지니 이렇게 쉬는 공간에서 만날 수 밖에 ㅋㅋ


드디어 등장한 바위들.
오르기 전 인증샷을 남기고 언니들은 다시 재빠르게 기어(?) 가셨다. ㅎㅎㅎ



내 생애 이런 등반은 처음이었다. 저렇게 표정은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말했다. "주여, 주여, 주여, 주여x100"



휴.. 한고비 넘겼다. 북한산의 경치는 정말 절경이었다. 이때가 땀을 흘린 뒤의 상쾌함을 느꼈던 때 같다.
참고로 난 땀 흘리는걸 너무 싫어하므로... 극히 드문 경험 ㅋㅋ
그리고 이정도 네발로 걷는 것 쯤이야. 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찰나,
아직 시작도 안되었음을 안 순간이었다.


바로 여기였다.
칼. 바. 위.
이름도 참 잘 지었지.
예전에 미국에서 Table Rock Mountain을 간 적이 있었는데 그 산의 바위는 정말 테이블처럼 넙데데 했다.
여긴 정말 칼이었다. 등산화 안신었으면 죽을뻔 했겠구나.. 꺄약 꺄악 혼자서 궁시렁대며 힘겹게 올랐다.


 
옆에 다른 봉우리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맨 오른쪽이 인수봉, 그 다음 중간게 백운대였다. 북한산에서 가장 높다는 백운대.
그리고 저 곳에 (지금도 계실지 모르지만) 북한산 케이블카 설치 반대를 외치며 홀로 200일이 넘게 거주하고 계신분이 있다고
했다. 그런 분들은 건강이 참 걱정이다.





굉장한 경험이었다.
힘겹게 넘고서 뒤를 돌아보니 내가 저 으리으리하게 생긴 바위를 넘어온 것이다.
나에겐 인간승리와 같았다^^
가을의 색과 너무나 절묘하게 어우러졌던 기풍있는 칼바위.





칼바위를 넘어 능선을 따라 걸으면 대동문이 보인다.
이렇게 칼바위 산행을 마치고 오래오래 걸어 내려오니 5시.
5시간의 산행은 그것도 별로 쉬지도 않고 계속 걸었던 산행은 처음 경험해본 것이었다.
그리고 여울 식구들이 이렇게 건강한 문화^^를 즐긴다는 것에 나 또한 든든했다.
인수동에 거주하는 이상,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북한산의 모습을 담아놔야겠다.
그리고 지리산을 종주할 수 있는 그날까지..
나의 체력단련 훈련은 지금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