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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얄짤무, 친구라는 훈훈함



카톡의 힘은 위대하다.
그나마 카톡으로 매일같이 수다떨며 약속을 확인했으니 만날 수 있었던 듯 싶다.

조싸, 노노, 나 그리고 함께하지 못한 부미.

생각해보니 딱 10년째더라.
98년, 우리가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을때
서로 친구가 없어 어색해하며 점심을 같이 먹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처음이 그닥 달갑지는 않았던 우리.
첫인상과는 전혀 다르게 1년이란 시간을 지겹도록 붙어지내며 보냈다.
심지어 고3때는 친구가 없어서 다른반이 되고 나서도 여전히 쉬는시간마다 찾아와서 놀곤 했었다.
수업 끝날때마다 뒷문에 서서 기다리던 노노의 모습이 생생하다. 아하하하


얄짤무.
노노가 코러스했던 이가희노래 제목에서 따온 우리 네사람을 지칭하는 이름.




 



2001년이 어느새 2011년이 되었고, 열여덟 세상걱정 없던 소녀들이 모든 세상걱정 다하는 스물여덟 처자들이 되었다.
10년간 각자 다른 길을 가느라 바빴고, 자기 길 개척하느라 정신 없었다.
이제야 조금씩 숨을 돌리고, 고단함도 이야기하고 앞으로의 계획도 나누고 할 수 있는 듯 싶다. 

12시가 지나도 우리 얘기가 그칠 줄 모르자 매우 불안해졌으나,
후덕하신 까페 아저씨는 1시가 넘도록 더마시라고, 더 놀으라고, 아주 배려를 후하게 해주셨다.




어느 정도의 책임이 있는 나이.
신중함이 필요한 나이라는걸 얘기하면서 다시 느낀다.

사랑도, 나의 꿈도, 신중함과 성실함, 그리고 책임감이 필요한 때라는 걸 느낀다.
지금 나의 인생을 어떤 방향으로 결정짓고 살아가느냐, 그 전환점에 서 있는 기분이랄까.
그 결정에 따라 또 우리의 모습은 달라지겠지.






그런 의미에서 친구라는 건, 아주 든든한 버팀목이다.
나의 본성도, 나의 추함도, 나의 약점도 모두 알고 있었던 그녀들.
그때의 그 순수함을 기억해서인지 우리 눈엔 서로가 아직도 똑같아 보인다.
그래서 서로 믿을 수 있고, 쉼이 되어줄 수 있고, 가는 길을 토닥여 줄 수가 있다.

나의 학창시절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이 가시내들은
여전히 나에겐 함께 쉬는시간 끝나자마자 뒷문 앞에 앉아 있다 매점으로 뛰어내려가서 떡볶이와 참치 비빔밥을 먹었던 철부지들이며
아침 자율 끝나고 쉬는시간에 운동장 앞 스탠드에 앉아서 함께 뜨뜻하게 데워온 피자빵을 뜯어먹는 낭만소녀들이고
노노의 코러스 노래를 화음 넣어 부르며 입에 닳도록 녹음을 해댔던 위대한 예술가 들이면서
재수한다고 홍대앞에서 살던 쪼끄만한 고시원에 케잌을 들고 찾아와 춤추며 합격송을 불러주었던 의리녀들이다. 
 
'이들이 없었으면 나에게 고딩시절의 추억'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
 






나의 <착한곰팡이> 창업 스토리를 어떻게 설명할까, 어떤 반응이 또 나오려나 싶어 하며 조심스레 뒤늦게 얘기를 꺼냈는데,
역시 얄짤들.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나에겐 고등학교 시절 무뚝뚝했던 가족들보다 더욱 편안한 안식처가 되어주었던 친구들.
이젠 내가 이들의 쉼터가 되어줄 차례인 듯 싶다.  








그렇게 비오는 금요일 밤의 수다는 다음을 기약했다.

북한산 밑자락 어느 이름모를 까페에서.



10년만에 주의깊게 읽은 얄짤무의 가사.
그냥 사랑이야기가 아니더라.
무심코 지은 이름이지만 이 노래 가사가 우리의 노래가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이밤.
노노가 코러스에서 자기가 말할땐 주의깊게 들으라고 했는데,
역시 우린 그녀의 말을 쉽게 흘려들었나보다.
습관은 어디 못가네. 후훗.


-얄짤무-

악한 끝은 없어도 그래도 선한 끝은 있댔어
하늘의 운은 받지 못한대도 결국엔 복을 받게 될거야
누군 누군가 얼말 챙겼고 누군 대박났다 하던데
손만 뻗으면 잡힐 것 같은 성공이란 미래
말은 쉽지만 어디 그게 돼 노력없이 얻어졌겠어
니가 듣는건 풍문일뿐야 속을 알 순 없지

짤없이 ABCDEFG 언제나 순서대로 차례로
하늘이 내린 운을 받을 확률 절대로 그게 너일 순 없어
너 나 우리 모두는 착하게 정의롭게 예쁘게 작은것에도 감동받는 마음
절대로 도둑 맞지 않기를
(이봐 내가 말할때는 주의깊게 들어봐 이봐 빠빠빠빠야~)

야박하다고 삐지진 말아 몸에 좋은 약이 쓰잖니
희망만 주는 다른 노래완 차원이 다르지
그렇다고 또 순리가 아닌 야비한 맘 먹지 말아줘
남의 마음을 아프게 하면 니 속은 멀쩡하니
외롭지 어렵지 힘들지만은 치뤄야할 댓가
 
짤없이 ABCDEFG 언제나 순서대로 차례로
하늘이 내린 운을 받을 확률 절대로 그게 너일 순 없어
너 나 우리 모두는 착하게 정의롭게 예쁘게 작은것에도 감동받는 마음
절대로 도둑 맞지 않기를
(이봐 내가 말할때는 주의깊게 들어봐 이봐 빠빠빠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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