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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노래

한지부채 리폼 - 바다이야기




그저께, 퇴근을 하다 좋아하는 '심지' 옷가게에 들렀다 집에 가려는데
바로 옆집에 걸려있는 한지 부채들을 발견.
날씨는 후덥지근하고 인사동 답게 부채는 널려있고,
가만히 생각하니 한국적 물품에 실용성도 있는 부채 정도라면 여름내내 필수 아이템으로 사용할 수 있겠다.


전통과 현대의 맥락있는 조화에 대해 공부하고 실험해 보고 싶어하는 지금의 나로서는
그 부채를 사다가 그림을 그려보는 것도 쉽게 할 수 있는 실험이었다.
홍보기술이 뛰어난 아저씨의 말을 무릎쓰고 2500원짜리 흰 부채를 하나 구입.
보통은 먹으로 꽃 같은 것을 그리겠지만 다른 이미지가 필요하다.
요즘은 옛 선조들처럼 아름다운 꽃을 담고 싶어서라기 보다 그것이 동양화의 주제였기 때문에
아무생각없이 보지도 않고 겉모습만 답습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무시할 수가 없다.
오늘 아침, 151버스를 타고 출근하며 땀을 식히려고 부채를 들었다.
그리고 이 출근 시간을 어떻게 십분 활용해 볼 수 있을까 고민하다 즉석에서 드로잉 결정.
가방에서 하이테크 검정 펜 꺼내시고.

뭐그리지?
나 안보고도 잘그리는거 없는데.
멀뚱히 옆 아저씨와 나의 다리만 쳐다보고 있던 중, 모르겠다, 발을 그리자.
그리고나니 발이 붕떠서 뭐하는건지 모르겠어.
어쩌다 보니 모래사장 그려지시고
뒷면도 허해서 보니 앞에서 쬐만하게 그려넣은 불가사리 크게 그려넣어 주시고.

크게 썰렁하진 않지만 크게 맘에 들지도 않는 것이...
색을 살짝 입혀볼까 싶다.
더 촌스러워지려나...
뭔가 아직도 허전한 이 느낌은 내일 아침이 되 봐야 제대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아무튼,
찜통같은 작업실에서 오늘 하루 종일 나를 지켜주었던 수동 선풍기.
집에 오기전 경숙언니네 들렀더니 이레가 나를 반겨주더라.
그러더니 낼름 내 부채를 뺏어가더니 '이레꺼야' 라네.
어때, 좀 맘에 들만 하니?
좋게 봐준 꼬마 소년 있으니 그걸로 됐지.

앞으로 그림 좀 많이 그려야지.
손이 굳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