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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삶

공동체는 서로를 만들어가는 '합동작품'이다 - 여울 MT (3월 12일)






평범한 사람이 마술사처럼 예술작품을 만들어내는 예술가가 되고,
더러운 쓰레기가 나를 표현하는 소중한 작품이 된 시간이 있었다.






한달에 한번씩 찾아오는 조우의 시간, 여울 MT.
3월 12일. 3월의 MT가 있었다.
여울에서는 엠티 위원을 두사람이 돌아가면서 하는데, 3월의 엠티위원이 나와 명진언니였다.

은사를 발휘해 보라며, 밤시간을 나에게 부탁하신 여러분들.
전날엔 또 앙꼬(착곰이 전 이름)의 1박 회의 및 엠티가 우리집에서 있었던 터라 정신이 하나도 없고
도대체 어른들하고 재미있는 미술시간을 가져본 기억이 없기에
뭘 어떻게 해야할지 전날 밤까지 무념무상인 상태.

아침이 왔다.
앙꼬들은 갔고, 시간은 달려오고 있었다.
비싼 미술재료를 사고 싶지도 않았다.

먼저, 내가 하고 싶은 방향을 잡음.
하나. 친환경 적으로, 낭비 혹은 소비하지 않은 상태로 하기
둘, 잘하는 사람 못하는 사람 나눠지는 분위기 만들어내지 않기
셋, 즐겁고 스트레스까지 풀릴 수 있는 시간이 되기
넷, 예술의 의미를 느끼고 감수성을 되살릴 수 있는 기회가 되도록 하기
다섯, 공동체적인 조우의 시간이 되기

결정!
미술재료가 아닌 주변의 모든 재료들로 9명 서로를 표현해내는 시간을 갖자.

이 시간을 갖기 전에 미술활동의 숨은 의미들을 설명해 주고 싶어서 나름의 이론을 핸드아웃으로 준비하기까지 했다.
오우, 매우 뿌듯했다.

모든 쓰레기들이 모였다.
병, 과자 껍데기, 박스 종이, 비닐쪼가리.....
중요한 존재들을 위해 곧 버려질 껍데기 뿐이었던 이 아이들은 나를 표현해내는
고귀한 예술작품들로 탈바꿈되는 순간이었다.

동티모르에 있는 효숙언니를 제외한 8명이 둥그렇게 모여 앉아 자신 앞에 자기 이름이 적힌 박스 종이를 두었다.
그리고 시작과 동시에 오른쪽으로 넘겨서 자신에게 온 종이에 적힌 이름의 사람을 모아진 재료들로 아무생각없이 만들기 시작했다.



단, 조건이 있었다.
아무 의미 부여하지 않기.
오래 생각하지 않기.
잘 해야 한다는 생각 버리기.
사물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







창의적인 활동에서의 놀라운 점은 사람마다, 성격마다 다른 행동양상이 보인다는 것이다.
창의적인 것에 조금 약했던 은주언니는, 처음에는 아무것이나 붙여도 된다는데도 주춤하며 시간을 보냈다.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나 사람들이 빨리빨리 넘기고 정말 뭔지도 알아볼 수 없게 아무거나 만드는 것을 보면서,
언니도 자신있게 이것저것 붙여가며 재미를 붙여가기 시작했다.





당시, 새로 이사와서 인수동의 삶을 함께 시작한 한울방의 형제들.
왜 나는 당연히 평면적인 작품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던가!
이들은 나의 예상을 깨고 아주 입체에 입체적인 작품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틔움 방의 신혼부부 준표 명진씨.
아주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1시간 여가 지나고, 방안이 난장판이 됨과 동시에 매우 추상적이고 철학적이며 기하학적으로 보이는 작품들이 완성되었다.
처음에는 주춤하시던 분들이 끝내라니깐 끈낼 줄 모르고 이것저것 덕지덕지 붙여대고 있었다 -_-







보라. 이들의 난잡한 작품을.
하.하.하.
이렇게 더러워보이고 이해할 수 없음에도 불구, 이들은 매우 즐거워했다.
뭔가.. 결과에 대한 뿌듯함 보다 과정에서 느낀 해방감이랄까?
내가 무얼 해도 멋진 예술이라는거, 지금은 하고 싶은대로 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것이 사람에게 주는 큰 위로가 될때가 있다.






이제 우리 여울의 지체들을 소개합니다~~


여울이 표현한 나의 모습.
아.. 이건 무슨 제삿상 같기도 하고... 하지만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ㅋ







여울의 손으로 탄생한 '유일한' 군.
큰 발자국 하나가 뭔가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야.. 흠.







떡국도 못 먹고 있을 동티모르에 있는 효숙언니에게 마음을 담은 작품.
마음을 담은 선물같은 느낌이 그래도 제일 많이 나는 것 같은 것이 역시 미술도 또하나의 언어인 듯.
언니, 우린 보내주고 싶었지만 언니가 경악해서 바로 버려버릴까봐 우리 자체내에서 먼저 버리기로 했어요.
ㅋㅋㅋ 이해하죠?^^




 


샤랄라 레이스 치마가 달린 나경님을 표현한 작품.
이젠 창의적이다 못해 뒷면에까지 꾸며놓았다. ㅋㅋ






세진언니~







나의 동거인 은주언니~






 

토리 사장님 재규 옹~





 


뱃 속 여름이와 명진언니~






이날의 베스트 작품 상  김준표 옹~~!!!
하하하. 아무리 봐도 너무 닮았어 정말.




비록 이렇게 한판 즐긴 후에 다시 이 아이들은 쓰레기통으로 갈 수 밖에 없었지만,
(은주언니는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그렇게 청소를 잘하는, 뭐라도 찾을라고 하면 이미 버려 버렸다고 하는 그녀가,
저것을 계속해서 가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지 정말 궁금하다. 
어렵게 시작했던 예술작품의 결과물이기 때문일까? 그 숨겨진 의미는 무엇일지..... )
잠시라도 우리를 예술가가 되게 해준 고마운 쓰레기들 이었다.
사실은, 새로 이사와서 심심한 한울의 벽을 채워주기 위해서
함께 만든 작품을 벽에 걸어놓아 주려고 했던 것인데
워낙 입체적인데다 외관상 반지하 방의 분위기를 더하면 더했지 샤방하게 살려주진 않을 것 같아서
 그들은 단명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시간을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 것은
사실 쓰레기냐 아니냐, 우리에게 유익한 것이냐 아니냐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
그리고 공동체는 역시 함께 서로를 만들어가는 '합동 작품' 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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