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플레이'를 보면서,
문득 마음껏 연주를 하는 주인공들이 부러운 마음.
샘이 났다.
음악 속에서 영혼이 춤추는 것 같은 그런 자유로움이.
마구 느끼고, 마구 그려내고 싶어지는 이 갑작스런 마음.
마침 간이 책상을 꺼내서 펼칠 수 있는 의자에 앉아있다.
캄캄한 영화관에서 주섬주섬 노트와 펜을 꺼낸다.
그리고 스치는 장면들마다 수첩 위의 내 손이 움직여간다.
이때만큼은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날 수 밖에 없다.
그냥.
막.
누가 보니.
나 조차도 뭐가 나오고 있는지 안보이는 걸.
감동적인 작은 인디밴드의 이야기가 끝났다.
크래딧이 오르고, 불이 서서히 켜진다.
약 3-4장에 걸친 종이를 확인해보니 내 예상보다 더 볼품없고 더 재미없는 이미지가 한가득.
가장 그리기 쉬운, 누구나 막 그린다면 할 수 있을 법한 그림이지만
난 어린시절부터 이렇게 막 그려본 기억이 없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는다.
보기엔 좀 떨어진 그림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가장 진솔한, 나만의 비밀이 담긴 공간.
하나의 독후감이라 할 수도 있고,
구상이면서도 동시에 비구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재미있고도 후련한 실험적 작품이기에 찍어 남긴다.
간간히
없는 창의력과 스킬을 짜내느라 머리와 마음이 지쳐있을 때,
소소한 일탈을 시도해보는 것도
꽤 의미있는 일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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