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을 지참할 수 없는 예수원은
사진을 안찍고 가기에는
추운 겨울의 태백산맥과 잘 어우려져있는 그런 마을이었다.
침묵으로 일관했던 2박 3일간
자연을 묵상하며 절로 그림이 그려졌던.
내가 머물었던 오두막 숙소
추웠다......
나사렛.
손님부 건물.
짚으로 덮여진 지붕이 정경이 이루는 곳
검은색 모나미 붓펜은 저렴하면서도 슥슥 그려내기에 참 유용한 도구인것 같다.
이곳에는 티룸이 있는데,
티룸에서 책을 보다가 물을 끓이러 주방으로 들어왔더니
창문 밖으로 또 다른 건물의 지붕이 내 눈에 들어왔다.
마치 옛날 유럽을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에서
주로 봐온 듯한 그런 풍경들.
그리는 분위기는 참 좋았는데
티룸에서 남자 두 분이 나누는
시덥잖은 이야기 내용때문에
빨리 끝내고 가고 싶어졌다.
도서관에 들어갔다.
비가 오던 때라 바닥이 차고,
계속 책을 보기에는 조금 오들거렸다.
어둡지만 그윽한 공간을 둘러보는 중
날아와서 앉은 한마리 새와 나의 눈이 유리창 하나를 두고 마주쳤다.
금방 떠나갔지만 왠지 팅커벨같은 친구가 생긴 것 같은 느낌 ?
사진은 그 현장의 사실을 담아낸다.
작가가 아닌 이상 나같은 사람들은.
그림은 그 현장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핸드폰을 들고 갈 수 없는 규정은 나에게
내 손으로 그 자리를 꼼꼼히 바라보며 담아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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